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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서재/내가쓴글

햇빛정책에 대한 오래된 거짓말 2

2009/07/08 - [세상보기/한줄수다] - 햇빛정책에 대한 오래된 거짓말 1


지난번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햇빛정책에 대한 한나라당 및 현 이명박정권, 수구보수세력의 무지 내지는 선동적인 주장에 대한 허구성을 밝히는 글에 이어서 몇가지 추가적인 내용이 있어서 추가한다.



남북 교류·협력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장을 도와줬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지난번 정세토크에서 반론을 제기했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주 스톡홀름에서 또 그런 취지의 말을 했기 때문에 그 얘길 좀 더 하고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마침 당시 <조선일보> 기자의 칼럼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도 200만 톤 정도의 대북 식량 지원을 했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 칼럼은 핵무장 지원론은 아니고 투명성을 문제 삼았던 걸로 기억합니다만...어쨌건 미국도 많이 주었더군요.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북한에 지원한 만큼 주었으니까.

중국과의 교역에서도 북한은 사실상 매년 한 7~8억 불 정도의 흑자 아닌 흑자를 누려 왔습니다. 조중무역에서 중국은 기장무역이라고 해서 북한한테 받아야 할 외상값을 장부에 적어놓고 무역을 계속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몇 년 후에는 그걸 탕감해주는 방식으로 정리하고 넘어갑니다. 지난 10년 동안 적게는 연간 2~3억 불, 보통은 7~8억불 외상이 깔려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역은 계속되었습니다. 작년에는 12억 8000만 불 외상을 졌습니다. 그 정도의 돈을 중국이 사실상 북한에 지원해왔다는 얘깁니다.

남북교역과 협력을 통해 북한이 이득을 봤다는 액수를 보수 언론이 챙기고 챙겨서 종합한 게 10년 간 69억불이에요. 인터넷 매체 데일리엔케이에서 그런 통계를 냈더라고요. 현금 29억 불, 현물 40억 불 정도가 넘어 갔다고. 현물 지원 속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개발을 위해서 길과 땅에 깐 것도 다 포함시켰죠. 어쨌든 불리고 불려서 얘기한 걸 그대로 인정한다 쳐도 1년에 6억9000만 불이 간 거 아닙니까?

그 정도라면 중국도 그만큼 북한에 보태줬다는 거죠. 거기다가 미국에서도 200만 톤 쌀이 갔으니까 우리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간 준 거랑 비슷합니다. 중국과 미국에서 이렇게 갔는데 거기엔 눈 감고 우리의 대북지원이 핵무장에 쓰였다는 건 북한의 대미, 대중관계를 너무나 모르고 하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핵무장 비용 전용론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는 반론이 바로 지난주에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미 의회 입법조사국(CRS)에서 오랫동안 한반도 문제를 연구한 래리 닉쉬 박사가 14일 워싱턴의 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이란과의 거래만으로도 연 20억 불 씩을 벌고 있다는 것을 미국 정부가 알고 있다는 얘기를 했단 말이에요. 이거 어떻게 된 거죠? 이명박 대통령이 제기한 우리 대북지원의 핵무장 전용론, 설명력 있습니까?

또 인도 델리대학에서 한국학을 하는 산디프 미슈라(Sandip Mishra) 교수란 분이 최근 한국을 다녀갔어요. 한반도 문제를 전문으로 보는 분인데, 이런 얘기를 했어요. '햇볕정책 기간 동안에 북한이 핵 개발을 한 걸 가지고 한국에서 자책론이 나오는데, 제3국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된다. 햇볕정책을 안 했으면 북한은 핵 개발도 안 하고 미사일 개발도 안 했겠는가?' 핵과 미사일 문제는 햇볕정책 이전부터 북한의 외교 카드로 개발돼 왔는데 어떻게 그런 얘기가 나오냐는 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또 북한에 10년간 돈이 많이 갔는데 북한의 변화는 없었다고 했는데, 거기에 대해 한 마디만 더 보탠다면...미국의 <LA타임스> 7월 5일자가 뭐라고 했냐면...지난 10년 동안 북한에서 개혁이 진행됐는데, 최근에 북한의 군부가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중단돼버렸다. 이런 얘길 했단 말예요. 이건 무슨 소리냐...뒤집어서 말하자면 지난 10년 간 북한에도 상당한 개혁개방, 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말 아닙니까?

대통령 주변의 참모들은 뭐하는 거죠? 그런 정보가 있다면 대통령한테 입력을 시켜줘야 되거든요. '국제사회에서도 이렇게 보고 있으니까, 수위를 조절해서 발언하시라.' 이런 건의를 해야죠.

대통령은 폴란드에 이어 스웨덴에서도 '대북지원이 핵개발에 쓰였다는 의혹이 당연히 제기되는 거 아니냐'는 말을 했는데, 래리 닉쉬 박사하고 <LA타임스>가 다 반박을 한 셈이 됐어요. 그러니까 이 정도 나왔으면 대통령도 그런 얘기 이제는 거둬들여야 합니다.

프레시안/정세현의 정세토크 2009/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