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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사기,실정백서/언론,사법

한나라당,정치검찰,수구언론 합새하여 법원에 무차별 색깔공세

여당까지 법원에 무차별 색깔공세
“법관 이념 편향” “편향된 인사” 문제 제기
촛불재판 개입한 신영철 사퇴요구땐 ‘침묵’
한겨레 2010-01-19

보수 성향의 언론과 검찰에 이어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까지 법원에 대한 대대적인 색깔 공세에 나섰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부 법관의 판결이 공정하지 않고 이념적, 편향적, 독선적이 되면 그 피해는 모두 우리 국민들이 입게 된다”며 “사법제도 개혁은 가장 중요한 민생문제”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양형의 불균형, 법관의 독선과 오만, 젊은 법관의 경륜과 경험 부족, 정치적 이념의 편향 등이 지적되어 왔고 이것에 대한 쇄신이 필요하다고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날 제시한 개혁의 핵심은 이른바 ‘법원의 이념 편향성’ 제거로 수렴됐다. 안 원내대표는 “법관들의 사조직 문제, 또 이러한 사람들을 중용하는 편향적인 인사 문제”라며 개혁 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이용훈 대법원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원내부대표인 손범규 의원은 “사법부의 독립, 재판의 독립은 국민을 위한 것이지 특정 이념에 편중돼 천상천하 유아독존 식의 판결을 하는 것을 용납하라는 게 아니다”라며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이런 판결이 계속될 때는 국민의 대변기관인 국회에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법을 법관의 전용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여당인 한나라당이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이 소집한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이용훈 대법원장과 박시환 대법관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나왔다.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출범하면서 다 걱정했던 것”이라며 “참여정부 때 뿌려놓은 씨가 싹이 터서 꽃이 된 게 아니라 잡초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박시환 대법관은 재야에 20개월 있었고, 재산등록신고가 20억원으로, 대법관 청문회 때 야당 강경파 법사위원인 나에게까지 인사청탁 전화를 했다”며 “비겁하고 위선자”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촛불재판 개입으로 판사들의 사퇴 요구가 빗발친 신영철 대법관 사건 때는 “사법부 독립”을 외치며 침묵했던 한나라당이 강기갑 의원 무죄 판결을 이유로 법원에 대한 색깔 공세에 나선 것은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사법부 길들이기 의도가 깔려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헌환 아주대 법대 교수는 “현재 정권에서 보면 자신들의 구미에 맞지 않겠지만, 사법부 나름대로 권력분립 원칙에 충실한 상황”이라며 “(여당 등이) 이렇게 나가는 것은 사법권을 정면으로 침해하고, 과거 권위주의 시절 굴종의 사법부를 다시 만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윤남근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1심에 문제가 있으면 항소하면 되는데, 정치적 좌우대립으로 법원을 비판하는 것은 전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소극적으로나마 검찰을 통제한 것이 법원이었는데 이제 법원이 더 이상 검찰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검찰은 우리 사회의 치외법권 지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신영철 대법관 사태 때도 우리법연구회가 주도한 것이 아닌데 공격하는 등 이 정부 들어 법원에 대한 이념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판사들이 결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2010-01.20 한겨레신문사설

 재판 간섭을 사법개혁이라고 우기는 한나라당의 망발

  
한나라당이 제정신을 잃고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에 대한 무죄선고에 반발해 목소리를 높여가더니 이제는 재판과 법관 인사에 간섭하겠다고 한다. 극우성향 신문들의 억지주장에 편승한 모양새지만, 금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이를 사법개혁이라고 우기니 더 기가 막힌다.
한나라당의 주장은 보수를 표방하는 집권당의 말인지 귀를 의심케 한다. 어제 원내대책회의에선 ‘실망스런 판결이 계속되면 국회와 여당이 나서야 한다’거나 ‘국회가 사법을 법관의 전유물에서 해방해야 한다’ 따위의 극단적인 주장이 쏟아졌다. 정치권력이 재판에 간섭하겠다는 말이고, 법관의 재판 독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삼권분립은 안중에도 없는, 헌법 유린의 폭언이다. 또 국회에선 진행중인 재판에 대해 법원 쪽 인사를 불러 대놓고 추궁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재판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막나가선 안 된다. 사법부의 독립은 헌정 체제의 근간이다. 이를 허물려 덤빈다면 보수가 아니라 체제 위해 세력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한나라당이 말끝마다 ‘국민’을 앞세우는 것도 가당치 않다. 강 대표 무죄 선고에 공감하지 않는 국민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 주장처럼 정치권력이 사사건건 재판에 간섭하는 것까지 찬성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정치적 이해가 국민의 뜻일 수는 없다. 제 마음대로 국민의 뜻, 국민의 이익을 참칭하는 것은 과거 파시스트나 독재정권의 상투적 수법이다. 역사는 이를 민주주의의 공적으로 단죄했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무지막지한 말을 서슴지 않는 것은 사법부를 길들이려는 데 목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는 판사들을 들어낼 수 있는 ‘법원 내부 개혁’과 법관 임용 때의 ‘검증 절차 강화’를 주장했다. 권위주의 정권 때처럼 법관들을 인사권으로 억눌러 재판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어질 여러 재판에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법원이 눈감아주도록 윽박지르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모두 사법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짓이다.

한나라당은 이런 불온한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 그리고 이왕 사법개혁을 거론했다면 재판 개입 대신, 피의사실 누설에서 권력의 눈치만 살피는 ‘제멋대로 기소’까지 문제가 한둘이 아닌 검찰부터 개혁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