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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독립 위협하는 검찰과 보수신문의 해괴한 행태

* 2010-01-19일자 한겨레 사설

사법 독립 위협하는 검찰과 보수신문의 해괴한 행태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무죄선고에 대한 검찰과 일부 보수성향 신문들의 반발이 도를 넘고 있다. 검찰은 법 절차를 따르는 대신 성명 발표 따위의 ‘홍보’로 법원을 흠집 내려 들고, 몇몇 신문은 재판 내용과 무관한 판사 개인의 성향을 문제삼아 ‘마녀사냥’식의 선동으로 법원을 비난하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스스로 법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무죄선고에 불복한다면 3심제에 따라 정해진 상소 절차를 밟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법원 판결을 비난하는 사실상의 성명을 내어, 법률체계 밖의 정치논란으로 만들어버렸다. 더구나 검찰 성명은 “국민이 다 보았는데…” 따위 법률가답지 않은 주장으로 채워져 있다. 따지자면, 국민이 똑똑히 본 것은 강 대표의 항의 말고 힘으로 야당 의원들을 가로막고 대리·위법 투표로 언론악법을 강행처리한 여당의 억지였다. 법원은 이런 여당의 행위가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므로 그에 항의하는 행동은 무죄라고 판시했다. 애초 검찰의 기소가 무리했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이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되레 법 밖에서 법원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기록 공개를 두고 법원을 비난하는 것도 옳지 않다. 애초 미공개 수사기록의 공개를 명령한 것은 이 사건 1심 재판부였다. 검찰은 그런 법원 결정을 무시했다. 그런 검찰이 결정을 집행했을 뿐인 2심 재판부에 기피신청까지 냈으니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검찰이 기록 공개의 적법성을 따지겠다고 드는 것은 더욱 가당찮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도 검찰이 지닌 증거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재판의 큰 원칙으로 삼고 있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기록에는 이 사건 피고인들의 혐의를 벗길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으니 방어권 보장에 필수적인 자료다.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 검찰은 재정신청사건 관련 서류의 공개를 제한하는 형사소송법의 다른 규정을 내세우지만, 수사의 비밀이 중요하다고 해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까지 침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 일에 대한 일부 신문의 보도 태도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몇몇 보수성향 신문은 판결이나 결정에 대한 논리적 분석보다는 담당 법관 개인을 공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들이 모임의 회원이 아닌데도 법원 내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억지로 거론하며 그 이념 성향을 문제삼았다. 검찰과 법원 간의 법리 논란도 뒷전이다. 이는 법관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특정한 정치적 의도에 따라 앞으로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보도 태도다.

사법권의 독립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법관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내린 판결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 체제는 유지되기 어렵다. 법을 앞세운 검찰이나 보수를 표방하는 일부 신문은 지금 사법 독립을 침탈함으로써 민주체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그런 짓을 하면서 말끝마다 국민을 참칭하고 있으니 더욱 한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