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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사기,실정백서/언론,사법

MB정권 “하루가 급하다” 날치기 하더니....‘정치카드’로 변질된 언론법

 ‘정치카드’로 변질된 언론법
MB정권 “하루가 급하다” 날치기 하더니
종편 선정 차일피일…유력언론 충성경쟁 ‘보험’활용
한겨레신문 2010-01-25


미디어산업 개편이 화급하다면서 한나라당이 언론법을 강행처리한 게 6개월여 전인 7월22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막상 통과시킨 뒤에는 느긋하다.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 시기를 여러 차례 미루고 있는 것을 두고는 언론법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적 합의를 목표로 한 국회 미디어위원회 활동 시한을 100일로 한정하면서 언론법을 밀어붙였던 기세와는 사뭇 다르다. 언론법 처리의 논리와 명분, 근거가 실종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여야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따라 국회 재논의를 통해 언론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정부는 방송법 처리 이후 법의 핵심 내용인 종편사업자 선정 시기를 두고 수시로 말을 바꾸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해 7월 말 언론법 강행처리 직후 ‘연내 선정 방침’을 공표했으나, 9월 국회에선 “내년 초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최 위원장은 헌법재판소 결정 직후인 11월2일 기자회견에선 올 상반기 선정 방침을 재확인했지만, 두 달도 안 돼(12월22일) 선정을 다시 올해 후반기로 미뤘다. 방통위의 한 간부는 “(종편 선정은) 방통위가 혼자서 진행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해, 윗선과의 조율 아래 이뤄지고 있음을 내비쳤다.

언론계에서는 올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 쪽에 유리한 언론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종편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6월 이전에 선정될 경우 탈락 언론사의 격렬한 반발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방송법을 밀어붙이면서도 개정 논리를 바꿔 왔다. ‘미디어산업 발전을 위한 일자리 창출’ ‘지상파 독과점론’ ‘글로벌 미디어 육성’ 등 때에 따라 여러 논리를 내세웠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부정당하거나 근거가 빈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자리 2만개 창출의 근거가 됐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보고서는 왜곡된 것으로 드러났고, 방송 영역에 대기업이나 외국 자본을 참여시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했지만 대기업들은 대부분 사업성이 없다며 참여 요청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신문과 방송 겸영이 이뤄지면 방송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논리도 난관에 부닥쳐 있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수신료 인상을 통한 한국방송 2티브이 광고의 종편 전환, 전문의약품 등 광고제한품목의 해제 등을 적극 추진하는 것은 정부가 억지로 도와주지 않으면 새 방송사업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엔 정권이 지상파 주요 방송을 사실상 장악한 마당에 굳이 서둘러 ‘조중동 방송’을 띄울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6월 이후에는 종편의 숫자를 가지고 희망하는 언론사들 간에 경쟁을 붙일 것이고 선정 뒤에도 계속해서 뭔가를 조금씩 주면서 꽉 잡아둘 것”이라며 “종편 카드는 정권에는 최상의 꽃놀이패”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언론학자인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도 “미디어 정책은 미디어적 시각에서 다뤄야 한다”며 정부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부작위에 의한 권한쟁의심판’을 하루속히 내려, ‘국회 재논의’라는 1차 결정의 취지를 거듭 밝히는 게 최선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