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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사기,실정백서/언론,사법

세종시 홍보문건, 규명과 문책 필요하다

* 한겨레신문 사설 2010-01-15

홍보수석실 문건, 규명과 문책 필요하다 
 
  
도저히 통상적인 정책홍보로 볼 수 없는 내용이다. 여론몰이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가 공작에 가깝다. 정부와 언론 특히 공영방송과의 관계에 심각한 의문을 품게도 만든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작성해 부처에 내려보낸 ‘세종시 수정안 홍보계획’과 홍보기획사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진 ‘세종시 현안 홍보전략’ 문건이 바로 그것이다.

홍보수석실 문건은 방송매체를 통한 홍보계획과 관련해 “<한국방송> ‘뉴스라인’ 20분 특집편성(세종시 및 과비벨트 정책 설명-총리실장, 민동필 이사장, 강병주 교수 등)”이라고 프로그램 이름과 편성 주제, 출연자 이름까지 세세히 적었다. 정부가 정책홍보를 위해 방송 출연 기회를 얻고자 하는 통상적 노력의 일환으로 봐주기에는 너무 구체적이다. 편성에 대한 개입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방송 쪽은 “정부로부터 지시나 문건을 받은 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기관의 공문서에 이런 문구들이 등장하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청와대와 한국방송 사이에 상당한 ‘협조 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로 보는 게 상식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들의 모니터 결과를 보면, 이미 한국방송은 세종시 수정안을 띄우고 문제점은 외면하고 있다.

이 문건이 10개 부처 장관한테 일제히 홍보에 나서도록 주문한 것도 문제다. 정부가 어떤 정책적 판단을 내렸다면, 주무 부처 중심으로 입법예고와 공청회, 국회 심의 등의 정상적 절차를 밟으면 된다. 그런데 홍보수석실은 그런 절차는 제쳐놓고 업무 연관성도 없는 장관한테까지 동원령을 내리고 있다. 또 ‘세종시 현안 홍보전략’ 문건은 정부에 우호적인 기자 칼럼을 게재하도록 유도하는 홍보전략까지 제안한다. 역시 언론을 조종해 여론을 움직여 보겠다는 잘못된 발상의 발로다. 이런 비상식적인 행태를 납득할 국민은 없다.

이명박 정부는 전임 정부 시절 과잉홍보의 폐해가 심했다면서 국정홍보처를 폐지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은 과잉홍보 정도가 아니라 직접 언론통제에 나선 듯하다. 비슷한 문건이 이전 정부 때 나왔으면 당장 국회 청문회 소집이 거론됐을 것이다. 적당히 넘길 일이 아니다. 누가 어떤 지시에 따라 문건을 작성하고 전파했으며, 어떻게 이행됐는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리고 빗나간 사고방식을 가진 관계자들을 단단히 문책하고 재발방지를 다짐받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