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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떼법 시위는 ‘국가 변란 행위’다

한겨레신문 2010-05-01 사설

한나라당 떼법 시위는 ‘국가 변란 행위’다 
 
이것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무법천지다. 법치주의는 능멸당했고, 헌정질서는 유린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자신들의 인터넷 누리집에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고 나선 것은 단순히 전교조 죽이기나 사법부 흔들기 차원을 넘어선다. 이것은 대한민국 헌법과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심하게 말하면 다수의 위력을 빌려 법을 무력화하려는 집단적 국가 변란 행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법원이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에게 전교조 명단을 삭제하라는 결정을 내리자 한나라당은 ‘조폭 판결’ 등의 입에 담지 못할 표현을 동원해 매도했다. 하지만 정작 조폭적 행동을 하는 것은 바로 한나라당이다. 조폭이란 게 뭔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떼로 몰려가 난장판을 만들고 힘으로 해결하려는 무리들이다. 사법부의 판단이 싫다고 다른 의원들까지 무리를 지어 법원 결정문을 휴짓조각으로 만들어버리려는 행동이야말로 정확히 조폭들의 모습이다. 이런 집단행동의 밑바탕에는 ‘떼를 지어 위법행위를 저지르면 법도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오만하고 교활한 계산이 숨어 있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국회의원이라면 법원 결정을 무시하는 조전혁 의원을 말리고 정당한 법절차에 따르도록 충고해야 옳다. 이것이 명색이 집권여당이자 법과 질서를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보수정당이 보여야 할 태도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거꾸로 갔다. 심지어 “의원들 사이에 조 의원을 무조건 돕자는 감성적 공감대가 있다”는 말까지 스스럼없이 한다. ‘조폭적 3류 의리’에 지나지 않는 빗나간 동료애다.

한나라당은 이제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입에 담을 자격조차 상실했다. 애초 한나라당이 전교조 명단 공개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교육권 문제였다. 이렇게 교육을 걱정한다는 한나라당이 정작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은 ‘법치주의나 민주주의 따위는 잊어라. 마음에 안 드는 판결이 나오면 떼지어 판결 불복종 운동을 벌이라’는 것이다. 아이들 보기가 민망하고 부끄럽다.

한나라당이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은 전교조 문제를 계속 쟁점화해 이번 지방선거를 ‘색깔선거’로 몰아가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런 얄팍한 의도가 제대로 먹혀들지도 의문이지만, 나라의 기본을 거덜내고라도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발상이 놀랍고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