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신문 2010-02-23 사설
진상 밝혀야 할 ‘세종시 공작정치’ 의혹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안 통과를 위해 의원들의 약점을 협박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은 어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최근 들어 (청와대 일부 참모들이)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며 “의원 누구에 대해서 마치 무슨 흠이 있는 듯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중진인 홍 의원은 “(청와대 쪽이) 여기저기 소문을 퍼뜨려 ‘중립지대에 있는 의원들 몇명이 우리 쪽으로 돌아설 거다’는 얘기도 하고 다닌다”는 말도 했다.
홍 의원 주장의 진실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구체적인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정치사의 아픈 기억인 공작정치 문제가 다시 입에 오르내리는 것부터가 충격적이고 부끄럽다. 더욱이 야당도 아닌 여당 내부에서 이런 주장이 제기된 것은 이명박 정권 아래서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토착비리 수사를 명분으로 한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광범위한 내사설은 사실 오래전부터 꾸준히 나돌았다. 구체적으로 몇몇 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공작정치 주장이 단순히 친박계 쪽에서 꾸며낸 이야기라고만 보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많은 것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보인 행태를 돌아보면 그 가능성은 더욱 농후해진다. 현 정권 출범 이후 국정원, 검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들은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나섰다. 국정원의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 의혹을 비롯해 검찰의 터무니없는 기소 등 권력의 사유화 현상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사활이 걸린 세종시 문제에 이들 권력기관이 과연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반대파의 약점을 활용한 공작정치는 여권 내부의 힘겨루기 차원을 떠나 나라의 존립에 관한 문제다. 홍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은 일단 입을 뗀 이상 그냥 흐지부지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어느 의원들이, 무슨 뒷조사를 받아, 어떤 협박을 받고 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권력을 동원해 반대파의 뒷조사를 하고, 이를 미끼로 협박·회유하는 파렴치한 행위는 결코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자유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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