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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사기,실정백서/시국선언 2009

연극인 1,037면 시국선언 동참

연국인 1,037명은 26일 "현실의 파행적 상황은 이제 극장 안에서 고민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연습을 접고 극장을 나와 직접 세상에 외친다"면서 시국선언을 했다. 또 "시민들과 연대하여 민주주의를 수호하는데 신명을 바치겠다"고 밝혔다./나눔과키움

아래는 시국선언문 전문입니다.



현 시국에 대한 연극인 선언문
 

우리들은 세계의 패권을 장악했던 고대 그리스가 권력의 최후에 대해 성찰했던 비극을 만들어낸 것을 기억합니다. 르네상스를 호령했던 엘리자베스 여왕이 천민부터 귀족까지 아우르는 극장에서 소통에 동참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모든 성숙한 권력은 겸손하게 스스로를 성찰하고 차이를 넘어선 다양한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들의 대한민국에서 현 정부의 출범 이후 수많은 무리와 억지, 반민주적 사고에서 벌어지는 총체적 난국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파행의 정점은 급기야 전직 대통령이 절벽에서 투신하는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비보로 이어지게 됩니다.

리들은 이 모든 파행적 정치의 저변에서 권력의 오만방자함과 인간에 대한 무례함을 읽습니다. 나와 입장이 다른 자는 먼지라도 털어서 죄를 들추어내는 적대적 편 가르기와 소통의 부재를 읽습니다. 힘이 있는 자가 약한 자를 배려하며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군림하는 신자유주의적 독선을 읽습니다.

우리들은 지금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분단과 전쟁으로 피칠갑을 하며 나와 입장이 달랐던 상대방을 죽여온 증오의 역사는 이제 끝내야 합니다. 우리가 미래에 주어야 할 것은 죽임의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상생과 공존의 역사여야 합니다.

연극은 오랫동안 광장의 예술로 더디지만 세상에 대해 고민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파행적 상황은 이제 극장 안에서 고민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에 우리 연극인들은 연습을 접고 극장을 나와, 직접 세상에 외칩니다.

우리는 개개인이 모두 자유로운 인간입니다. 무엇을 좌우명으로 삼고,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 역시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모여 사회를 이루고 한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마땅히 추구하고 지켜야 할 공동의 가치, 우리의 생명과 자유와 행복을 위한 헌법적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귀중한 가치가 최근 권력에 의해 곳곳에서 유린되고 있음을 목도합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수 십 년간 어렵게 이룩하고 함께 지켜왔던 민주주의가 후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다수 국민의 반대가 확인된 각종 정책과 국가사업들이 조금의 주저도 없이 강행되거나 추진되고 있습니다.

국민을 섬기며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청결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경찰, 검찰, 법원, 국세청, 감사원 등은 이미 국민을 위협하는 권력의 도구로 전락했습니다.

멀리서 안전을 찾는다며 코앞에서 위험을 자초하는 위험하고 어리석은 대북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경제와 서민의 살림이 최악으로 치닫는데도 소수 특권층만을 위한 전근대적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눈앞의 개발 이익만을 내세운 광범위한 생태 파괴가 후손들의 삶마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국가의 진정한 미래를 외면한 채 오로지 경쟁만을 부추기는 비인간적 교육 정책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문화와 예술의 환경조차 관치로써 재단하는 퇴행적 행태는 문화대중 및 예술인의 자존심과 정신적 생명권을 참담한 지경으로 유린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연극인들은 다음과 같이 이명박 정부를 향해 요구합니다.


-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각종 정책들을 중단하고 포기하라.

- 국민을 폭행하고 탄압하는 3류 국가적 공안 통치를 중단하라.

- 정경유착을 심화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미디어 악법의 추진을 중단하라.

-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는 대결적 대북정책을 중단하라.

-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생태 파괴적 개발 정책을 중단하라.

- 경쟁 중심의 비인간적 교육 정책을 포기하고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미래를 보장하는 선진적 교육 정책으로 전환하라.

- 구시대적, 반예술적 문화정책을 중단하고 공공성과 자율성을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라.

우리들은 우리들의 목소리가 작고 미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10퍼센트도 되지 않는 수치라며 그 성명을 비웃던 정부 관계자의 무례함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들불은 작은 불씨에서부터 출발하는 법입니다. 여기 연극인들이 모여 또 하나의 작은 불씨로 이 움직임에 가세합니다. 모든 연극인들, 예술인들,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하며, 작은 불씨가 들불로 번져가 우리들의 민주주의를 국민들 스스로가 사수할 것을 호소합니다.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우리 연극인들은 시민들과 연대하여 민주주의를 수호하는데 신명을 바칠 것을 엄숙하게 선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