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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사기,실정백서/총괄,인사

이 대통령의 겸허한 성찰을 기대한다

*  이명박정권 취임2년 맞이하는 2010-2-25일자 한겨레신문 사설

이 대통령의 겸허한 성찰을 기대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오늘로 두 해가 된다. 그러나 피부로 느끼는 세월의 부피는 그보다 훨씬 크고 무겁다. 그만큼 하루도 마음 편한 날 없었고, 소용돌이의 연속이었다.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며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 사회는 더 따뜻해지고, 사람들은 더 어깨를 활짝 펴고 살게 됐는가.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신뢰와 존중은 더 깊어지고 갈등의 벽은 낮아졌는가.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지고, 그늘진 이웃은 줄어들고 있는가. 한반도의 긴장은 완화되고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기운은 증진됐는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은 안타깝게도 회의적이다.

2년 전 이 무렵 새 정부에 거는 기대는 이 대통령을 대선 과정에서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지난 십수년간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걸음 더 전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것이 역사의 순리라고 여겼다. 게다가 이 정부가 표방한 슬로건은 다름아닌 실용주의였다. 실용주의의 실체는 모호했으나, 특정한 이념이나 노선, 주의주장 따위에 구애받지 않고 실리를 추구해 유연하게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들렸다. 하지만 그런 희망은 물거품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2년간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엉뚱하게도 과거 지우기였다. 이런 노력은 오히려 더 먼 과거로의 퇴행을 불러왔다. 옛 권위주의 정권을 뺨치는 신권위주의·신보수주의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 사회는 어두운 과거의 터널로 다시 후진해 들어가 버렸다. 지난 2년은 우리가 힘들게 쌓아온 민주주의의 토대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생생히 보여준 기간이었다.

사회 통합과 갈등 해소는 이명박 정부 앞에 놓인 중요한 시대적 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지역·이념·계층·세대간 갈등을 치유하기는커녕 오히려 상처를 덧내고 더 키웠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한다고 판단한 쪽에 대한 철저한 배제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앞에서 화합과 소통은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남북관계 역시 대결과 대화 노선이 혼재한 채 좌충우돌하면서 방향을 잃어버렸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나름대로 무난하게 넘은 것은 평가할 대목이다. 하지만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되면서 일자리 부족의 어두운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다. 게다가 경기부양책 등에 의존한 경제위기 탈출 정책이 앞으로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형편이다.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지적한 민주주의 위기, 민생 위기, 남북관계 위기 등 3대 위기는 고스란히 현 정부의 2년 성적표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머잖아 임기의 반환점을 돌게 된다. 임기 후반에 접어드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그동안의 잘못을 만회하고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현실인식과 국정운영 방식이 얼마나 바뀌느냐다. 그 출발점은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돼온 오만과 독선, 아집과 편협, 자기도취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취임 두 돌을 맞으면서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겸허한 성찰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