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자본주의와 대학 등록금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한겨레 2010-01-18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너무 비싸다. 한국보다 등록금이 비싼 나라는 별로 없다. 유럽은 대학교육이 거의 무상이니 아예 비교 대상이 아니다.
흔히 미국 대학 등록금이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고 하는데, 사립대는 많이 비싸고, 주립대는 싸다. 그 점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미국 대학 정원의 4분의 3이 주립대이고, 한국 대학 정원의 4분의 3이 사립대인 것을 고려하면 양국 비교에서 한국의 사립대 등록금과 미국의 주립대 등록금을 비교하는 게 손쉽다. 이렇게 비교하면 양국의 등록금 수준은 비슷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이 한국의 3배 가까이 되니 소득 대비 한국의 등록금은 미국보다 훨씬 비싼 셈이다. 따라서 한국만큼 대학 등록금이 비싼 나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0년대부터 대학의 별명이 ‘우골탑’(牛骨塔)이었다. 소 팔아 대학 보내느라고 학부모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그 뒤 대학 등록금은 일반 물가상승률을 능가해서 워낙 가파르게 오르는 바람에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 돼 버렸다. 특히 1989년부터는 대학 자율화 바람이 불어 등록금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올랐다. 학생들이 수시로 등록금 인상 반대투쟁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왜 이리 비싼가?
그 이유는 한국 대학들은 외국과는 달리 기부가 적고, 적립 재산이 적고, 정부의 지원도 적어 거의 등록금에 의존해서 대학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좀더 넓게 자본의 문제, 정부의 문제, 결국은 우리나라 자본주의의 성격 문제로 귀착한다. 비정한 자본, 비정한 정부, 거기에 시장만능주의까지 활개 치니 한국의 자본주의는 한마디로 정글자본주의이고, 정글자본주의하의 대학은 재정을 학생, 학부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취업 후 상환제를 도입한 것은 다행이지만 이미 수십년간 상승을 거듭하여 세계 최고가 돼버린 등록금 수준 자체가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등록금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 문제는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시장원리를 내세우며, 여기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며칠 전 대학총장들과의 모임에서 등록금 상한제를 하면 ‘관치교육’이 된다며 반대했다. 대학 자치라는 말은 좋지만 무작정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에 이 문제를 맡길 수 있는가?
정글자본주의에서 시장원리를 내세우면 약자는 살아남기 어렵다. 등록금 상한제의 내용도 문제다. 지금 여야가 논의하는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지 않는다고 하는 정도로는 문제의 악화를 막는 정도이지,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깊은 상처에 반창고 붙이는 것이고, ‘백년하청’이란 말 그대로다. 정글자본주의 문제를 포함하여 대학 등록금 문제를 좀더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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