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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사기,실정백서/정치,경제

광장의 추모’가 그렇게 두려운가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슬퍼하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유치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다. 장례 방식이 국민장으로 결정된 뒤에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공식 분향소에서 제외됐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넓게 트인 광장을 놓아두고, 굳이 역사박물관 등 외진 곳 실내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심지어 공동 장례위원장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분향소 장소를 서울광장으로 바꿔달라고 공식 요청했는데도 모르쇠다.
이런 태도는 정부가 밝힌 ‘애도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겉으로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애석함과 슬픔을 표시하면서도 뒤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를 막는 태도가 너무 이율배반적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공식 분향소 설치를 끝으로 ‘이 정도면 할 도리를 다하지 않았느냐’는 오만함마저 느껴진다.

정부 방침에 대한 민심의 싸늘한 반응은 시민 분향소와 공식 분향소의 대비되는 모습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공식 분향소가 만들어진 뒤에도 서울 대한문 앞 분향소에는 여전히 조문객들의 발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불과 몇 초간의 짧은 조문을 위해 시민들은 기꺼이 서너 시간씩을 기다린다. 반면에 ‘관제 분향소’는 시민들로부터 철저히 ‘왕따’를 당하고 있다. 고작해야 정부와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들이 다녀가는 정도일 뿐 하루 종일 한산하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설치한 공식 분향소를 두고 ‘봉하마을에 가면 봉변당할 사람들의 전용 분향소’라는 비아냥마저 나올 정도다.

광장이란 공간은 예로부터 축제의 마당, 제의의 장소였다. 때로는 함께 모여 춤추고 노래하며 기쁨을 나누고, 때로는 눈물짓고 통곡하며 슬픔을 나누는 장소다. 그런 점에서 불행하게 세상을 떠난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고 고인의 뜻을 기리는 장소로 서울광장만큼 상징적이고 적합한 장소는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게다가 노 전 대통령은 ‘광장 대통령’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대통령이었다. 정부는 도대체 ‘텅빈 서울광장’을 신줏단지처럼 모셔놓고 무엇을 얻겠다는 생각인지 궁금할 뿐이다.

정부의 ‘광장 공포증’은 곁에서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다. 아무리 ‘촛불’이 무섭기로서니 전직 대통령 추모 행사마저 경찰 방패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그렇게 자신이 없는지 묻고 싶다. 경찰은 서울광장 봉쇄에 대해 “추모 행사가 정치적 집회나 폭력시위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따위의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우려와는 달리 시민 분향소 표정은 평화롭고 엄숙하기만 하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질서를 지켜나가는 성숙한 모습에서 폭력집회 변질 가능성은 찾아볼 수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서울광장을 활짝 열어 슬픔에 젖은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바란다.

한겨레신문사설 2009-5-25

Before & After-----------------------------------------------------------------------------------

촛불공포가 광장봉쇄로…MB정부 애도와 견제 ‘두얼굴’
산 권력’이 ‘죽은 권력‘과 싸우는 모습 눈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