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 8. 31 확대간부회의 엄기영 사장 발언입니다.
사랑하는 MBC 임직원 여러분.
오늘이 8월의 마지막 날, 8월 31일입니다. 지난 여름 무더위 속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느라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셨습니까?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정말 청명한 하늘, 벌써 초가을이 다 되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9월은 정말 우리 모두 새로운 자세로 맞아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오늘 확대간부회의를 열게 되었습니다.
올 봄, 한 때 부진했던 경쟁력은 사원 여러분들 모두의 노력으로 5월을 기점으로 1위로 올라섰습니다. 작년에 이어 다시 연간 시청률 1위를 달성할 발판을 마련한 것입니다. 특별기획 드라마 <선덕여왕>은 시청률 40%를 넘어서서 국민 드라마로 자리를 굳히고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과 뉴스데스크를 비롯한 보도 프로그램의 경쟁력도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지난 6월말까지 계속 적자를 기록했던 영업수지도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37억 원의 흑자를 냈습니다. 우리가 좀 더 힘을 모아 나간다면 올해 영업 흑자도 바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성과를 사내외적으로 어려움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던 시기에 올렸다는 점, 새삼 MBC의 저력에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도전은 여전히 산적해 있습니다. 신문사와 대기업들이 종합편성 채널을 준비하고 있고
정부는 이 종합편성 채널에 파격적인 지원책까지 마련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2013년 이후에는 새로운 지상파도 하나가 더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MBC 임직원 여러분! 오늘 확대간부회의를 갖게 된 것은 'MBC가 현재 어느 위치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우리의 인식, 그리고 생각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 입니다.
MBC는 창사 이래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을 계속해 왔습니다. 자본금 10억 원을 오늘날 1조 3천억 원 규모의 종합미디어 그룹으로 키운 것은 우리의 선배님, 동료들, 그리고 현재의 임직원 여러분들의 피와 땀의 결과라고 봅니다. MBC는 한국에서 최고의 콘텐츠 제작능력,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MBC는 세계 어느 프로그램과 경쟁해서도 능히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 우리 모두 자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환경 속에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변화가 필요한 게 지금의 상황입니다. NEW MBC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안주해오던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되게끔 상황이 바뀐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발상의 전환, 보다 근본적인 자기개혁이 필요합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리는 것을 굳이 New MBC Innovation Plan, 이렇게 거창하게 이름을 붙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방송과 경영, 그리고 미래 준비 부분에서 그동안 우리가 끊임없이 해 오던 일들에 보다 속도를 더 높여야 되겠다는 그런 측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방송 측면입니다. 공정성을 더욱 높입시다. 모든 프로그램에 엄한 잣대를 우리 스스로 들이대서 공정성이 미흡한 프로그램은 전파를 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이것은 보다 믿을 수 있는 방송, 보다 사랑받는 MBC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라고 봅니다. 저는 제가 중심이 된 리뷰 보드(Review Board)와 같은 것을 상설 운영하고 그동안 안팎으로부터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서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공정성 위원회를 설치하겠습니다.
둘째, 책임있는 효율경영입니다. 그동안 MBC는 주인없는 회사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 우리가 뭐라고 답변합니까? 우리 모두가 주인이라고 답해 반박을 합니다만, 어떻습니까,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하지 않습니까.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해서 우리 모두 맡은 책임 안에서 분명하게 권한을 행사하고 엄정하게 평가해서 경영진과 간부들 인사에 보다 철저하게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노사관계도 바뀌어야 합니다. 지난 민주화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서 노동조합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졌습니다. 단체협약에 책임경영을 제약하는, 문제가 있는 부분은 고쳐야 합니다. 고치겠습니다.
셋째 미래를 위해 경영의 틀을 바꿔야 합니다. 지상파는 지난 2002년을 정점으로 해서 계속 추락하는 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을 지키려면, 수신료도 없는 우리 MBC가 공영방송을 지키려면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을 가지고 미래에 투자해야 합니다. 이 순환고리가 깨지면 MBC는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명약관화한 이야기입니다.
경쟁체제에 맞게 경영의 틀을 바꾸겠습니다. 콘텐츠 중심으로 조직과 예산을 재편하고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부분은 과감하게 개편해야 합니다. 구조조정은 무조건 잘라내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낡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입니다. 물론 희생과 고통이 뒤따릅니다. 하지만 구조조정 없이는 전체가 무너지게 됐습니다.
어느 길을 선택하겠습니까? 저는 MBC의 미래를 위해서 노와 사 전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전사적인 <미래위원회>를 구성하겠습니다. 우리의 문제를 하나의 용광로에 넣어 해법을 함께 찾아봅시다. MBC 역사상 지금 만큼 구성원들이 힘을 모으는 게 절실했던 때는 없었다고 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MBC 임직원 여러분! 최근 사장의 거취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저는 MBC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저의 관심은 MBC와 후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겠다 하는 것 뿐입니다.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MBC의 독립성과 구성원들의 자존심, 또 공영방송의 수장이라는 책무, 그리고 그 모든 결정이 선례로 남게 된다는 점을 모두 고려해야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8월 3일 본부장 회의에서 어느 정파, 어느 집단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오늘 드리는 말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정도를 걸으면 희망이 있습니다. 언제나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MBC, 그 MBC의 미래를 위해서 바른 길로 힘차게 함께 나아갑시다.
사장 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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