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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조중동OUT

언론의 존립 근거 스스로 허무는 조중동

* 한겨레신문 사설(2010-01-23)

언론의 존립 근거 스스로 허무는 친정부 신문들 

 
 <문화방송>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을 계기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친정부 거대신문들의 사법부 때리기가 스스로 언론의 존립 근거를 허물어뜨리는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언론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정신이라면 언론이 이런 취지의 판결에 대해 헐뜯고 공격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언론의 비판 기능이 이젠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공격한다. 노무현 정부 때 이것을 앞세워 사사건건 트집을 잡던 게 이들 신문이었다.

이들은 재판부를 공격하기 위해 사실 왜곡도 서슴지 않고 있다. 검찰 쪽의 핵심 증인으로 나섰다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고 거짓말을 시인했던 한 번역가까지 앞세워 판결을 공격하는 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금도 광우병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인터넷 괴담 탓으로 돌린다. 검찰 쪽 주장만 앵무새처럼 떠벌리면서 피디수첩 제작진을 공격하던 자신들의 행태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도 없음은 물론이다.

사법부에 대한 이들의 태도는 사안의 성격에 따라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 얘기가 나왔을 때는 법관의 신분 독립이 위협받고 있다며 신 대법관을 옹호하더니, 이젠 판사 개인에 대한 공격을 넘어 사법부 전체를 뒤흔들며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공세까지 편다. 논리적으로 궁색하게 되자 판결과 무관한 우리법연구회를 끌어들여 사태를 이념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 법리 문제에 ‘국민들의 우려’를 들이대거나 민사와 형사 재판의 차이를 무시하는 것은 이에 비하면 사소해 보일 정도다.

흔히 이들 신문을 ‘보수신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어울리는 호칭이 아니다. 보수세력은 기존의 가치를 지키는 이들이다. 이들이 지키려는 가치 가운데는 사법부의 독립과 언론의 자유가 당연히 포함된다. 하지만 이들 신문은 지금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공격하기 위해 이런 가치들을 헌신짝처럼 취급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도, 헌정 질서도 입맛에 따라 마음대로 뒤튼다면 그건 사익에 눈먼 집단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들 신문이 이중 잣대로 말바꾸기를 일삼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언론의 존립 기반까지 스스로 허무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하루빨리 이성을 되찾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