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례신문 2009-9-18일자 기사 입니다
법치 우롱하는 청와대
대통령실장 : '후보들 문제 알고 있었지만 괜찬다고 생각
이명박 정부의 ‘법치’ 의지에 근본적 의문이 일고 있다. 특히 법을 집행하는 고위 공직자 후보들의 위법행위가 줄줄이 불거지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이 드러났는데도 그대로 임명됐다.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도 위장전입을 시인했지만 국회 인준 절차를 마쳤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주민등록법 위반)과 배우자 명의신탁(부동산실명제법 및 공직자윤리법 위반), 다운계약서 작성(소득세법 위반) 등의 논란을 낳고 있다.
청문회 과정 위법 나와도 “결격사유 아니다” 국민들엔 “법대로”…법치 ‘이중잣대’ 드러내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18일 “대통령과 국무총리 후보자, 대법관, 법무부 장관 지명자, 검찰총장 등 다수 지명자와 현직 장관들이 범법자인 것 같은 그런 나라가 됐다”며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대혼돈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힘있는 사람은 사과하는 것으로 넘어가고 힘없는 사람들은 같은 위장전입으로 3년 이하 징역과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는 게 법치라면 그것은 그들만의 법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보자 검증 때 위장전입이나 탈세 등을 청와대 검증반이 알고 한 것인지, 사전검증 과정에서 위장전입·탈세 전력이 나왔을 때 임명할지 배제할 것인지를 밝혀달라”고 공개질의했다.
이에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알고 있었다. 저희는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도 “웬만한 문제들은 다 확인했다. 그러나 국무위원으로 활동하는 데 결격 사유가 될 만큼 중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제기되는 의혹들을 대부분 검증 과정에서 발견했지만 후보자로 지명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사소한 허물”이라며 감싸면서 당론으로 인준에 찬성한 데 이어 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에 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그동안 수립돼온 공직자의 도덕성 기준을 무너뜨리는 행위일 뿐 아니라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형준 교수(명지대 정치학)는 “법을 집행하는 최고 기관 책임자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위법 전력이 드러났는데도 그냥 넘어가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설령 임용하더라도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기본적인 지도력과 신뢰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전례에 비춰 볼 때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1993년 1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조 베어드 법무장관 지명자가 불법체류 외국인을 가정부로 고용한 사실이 상원 인준 과정에서 드러나자 지명을 철회했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도 위장전입 문제로 낙마한 바 있다.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위장전입 정도가 무엇이 대수로운가 하는 발상이 엿보이지만, 그렇게 해서는 법치의 설득력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광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최소한 법무장관 후보자와 대법관 후보자는 사퇴해야 한다”며 “인사검증을 담당한 청와대 참모들도 발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식 선임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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