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B 사기,실정백서/언론,사법

언론진흥재단 ‘MB코드 인사’ 전면포진

조중동 편중지원·언론 길들이기 우려
언론진흥재단 ‘MB코드 인사’
이사장, 청와대 특보 출신…이사들도 보수성향 일색
언론사 직접지원 대신 ‘거대신문 중심 간접지원’ 방침
한겨레 2010-01-06


다음달 1일 공식 출범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친정부 인사 위주의 편향 인사와, 언론에 대해 직접 지원 대신 간접 지원을 하겠다며 지원 방식의 수정을 일방적으로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언론단체들은 언론진흥재단의 독립성 확보를 통해 공정하고 실질적인 언론 지원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친정권 코드인사가 장악

언론진흥재단은 이사장과 상임이사(본부장) 3명, 그리고 비상임이사 5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되는 이사회가 운영 주체이다. 현재까지 사업본부장을 맡게 될 상임이사 1명을 뺀 8명이 확정됐는데, 친정부 인사 일색이다. 먼저 이성준 이사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언론위원회 본부장 겸 특보단장을 맡았고, 최근까지 대통령 언론문화특별보좌관을 맡아온 전형적인 ‘엠비(MB)맨’이다. 이 이사장은 4일 취임식에서도 ‘한국형 원전 수출’ 등 이 대통령의 치적을 강조하며 ‘본색’을 드러냈다. 1999년 출범한 한국언론재단은 수입의 대부분을 정부광고 대행(연간 200여억원)을 통해 얻는 기관이라는 성격 등으로 인해 문화부 장관이 이사장을 임명해왔으나, 대통령 특보 출신이 이사장이 된 적은 없다.

영업본부장으로 선임된 이우찬 이사 역시 청와대 출신이다. 이 이사는 청와대 행정관을 지내다 지난해 8월 언론재단에 광고사업본부 계약직 전문위원(1급)으로 채용돼, ‘통합 기구 임원진을 염두에 둔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비상임이사로 뽑힌 김인규 <한국방송>(KBS) 사장 역시 전형적인 ‘엠비맨’으로 분류된다. 역시 비상임이사인 장대환 한국신문협회 회장(매일경제 회장), 배인준 <동아일보> 논설주간, 윤영철 연세대 교수 등도 모두 보수 성향의 인물이다. 이사회는 임원 선임·해임권, 법인 해산, 정관 변경, 자금 처분, 예산 계획, 결산 심사 등 언론진흥재단의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다.

언론진흥재단은 지난 1일 기존의 언론재단과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등에서 모두 126명을 직원으로 임용했다. 일부가 명예퇴직하고 계약직의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기는 했으나 대부분 고용승계는 됐다. 직위와 직급 인사는 다음주에나 실시할 예정이다.

언론사 편중지원 및 언론통제 우려

언론진흥재단은 언론 관련 연구·조사 등 기존의 언론재단 사업 외에 신문발전위원회(신발위)에서 하던 신문산업 진흥, 독자권익 보호, 교육·연수 사업과 신문유통원의 신문·잡지 유통개선 사업도 맡게 된다. 하지만 언론진흥재단은 융자, 취재장비 지원 등 개별 언론사에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기존의 지원방식을 뉴스저작권 신탁사업 등 언론 산업 전체의 인프라 구축 쪽으로 방향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훈 <프레시안> 대표는 “중소 매체들에겐 서버나 동영상 장비 지원 등 직접 지원이 큰 도움이 되는데 지난 연말부터 모두 끊겼다”며 “언론진흥기구 이름에 걸맞은 언론사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특정 언론사 중심으로 편중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언론재단 연구이사를 지낸 정운현 태터앤미디어 대표는 “진흥재단에 흡수되는 유통원의 역할은 조중동 지국 가운데 유통망이 취약한 곳을 중심으로 공배센터를 만드는 식으로 진행되고, 신발위의 기금지원사업 역시 친여 신문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우려는 조만간 언론진흥재단 산하에 구성될 언론진흥기금관리위원회 구성이 친여권 인사들로 채워질 경우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올해 언론진흥기금 규모는 629억원이다.

이 밖에 남북 언론인 교류사업, 언론인 연구저술 지원, 기획취재 지원, 옴부즈맨칼럼 지원 등의 일상적인 언론사업도 정권의 ‘코드’에 맞춰지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선상신 언론진흥재단 경영본부장은 “법에 정해진 대로 하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운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