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글은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의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따른 조중동등 수구언론이 무책임한 광기를 부리는 현실에 대한 미디어오늘에 게제된 비판 킬럼입니다.
조중동이 진정 지켜야 할 보수적 가치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언론들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 친일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학문적 정리에 상처 입은 맹수처럼 광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히스테리 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자신들의 사주와 정치적 우상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친일인명사전 발간과 관련해 민족문제연구소나 편찬위원회에 단 한 번의 취재 접촉도 없었던 이들 신문은 사실 확인이 필요 없는 억지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쏟아냈다. 보도 흐름을 보면 기본적인 언론 윤리마저 저버리고 막가파식 비난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성을 잃은 정도가 아니라 시정잡배만도 못한 막말을 태연하게 주워 섬기고 있어 비판자들이 보기에도 안쓰러울 지경이다.
중앙일보 한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8년간에 걸친 노고의 산물인 친일인명사전을 일별도 하지 않은 채 ‘침 뱉기’라고 한마디로 규정했다. 필진의 교양 수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들 신문의 편향보도와 사실왜곡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가식과 위선도 던져버리고 노골적으로 비열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추측과 억설로 ‘아니면 말고’식의 루머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색깔론을 보면 사전 편찬의 주체에 대한 끊임없는 용공 시비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편찬 작업에 직접 참여하지도 않은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 개인을 물고 늘어지며 그의 전력에 대해 광분에 가까운 색깔 덧씌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임헌영 소장은 복권은 물론 민주화유공자로 인정받은 독재정권의 피해자이다. 유신독재를 찬양 미화하면서 떡고물을 챙겼던 죄상에 대해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해야 할 당사자들이 후안무치하게도 고문조작의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파렴치한 범죄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행사장 대관이 취소된 배경은 애써 외면하면서 백범 묘소에서 진행된 보고회의 약식 국민의례를 민중의례라고 문제 삼는 치졸한 모습까지 보여줬다. 궁색한 처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 입이라도 맞춘 듯 여운형 선생과 북한 인사들의 행적을 거론하며 형평성에 문제가 많다고 강변하면서 친북좌파로 몰고 가려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여운형 선생은 일제 말 건국동맹을 조직하여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인데 좌우의 대결로 몰고 가고 싶은 속내를 짐작하게 해준다.
또 수구 언론은 편찬 주체의 자격이나 대표성 전문성을 문제 삼고 있다. 도대체 한국근대사 전공 교수와 학자들이 180여 명이나 망라된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를 정체불명의 집단으로 매도한다면 누가 이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8년간에 걸쳐 친일문제를 탐구한, 정부 부처나 지자체 사법부까지도 인물정보를 조회하고 있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전문연구기관임을 밝혀 둔다.
다음으로 예의 공과론이 등장한다. 대한민국의 발전에 공이 있는 인물을 굴절된 시각으로 폄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사전에서는 객관적 사실만을 평가 없이 서술하고 있으며 공적도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공이 있다 해서 그 과오를 다룰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도 납득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음모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다. 혈서 기사 조작설에서부터 차기 대권 주자 견제설에 이르기까지 거의 소설 창작을 방불케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사전에 수록된 위관급 장교의 한사람일 뿐이다. 황군의 장교는 극소수 조선인만이 될 수 있었던 일본제국의 중추였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선전포고한 적국의 군 간부였음을 알아야 한다. 박 전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특정인을 음해하기 위해 기준을 맞추는 일은 모리배나 독재정권이 선호하는 행태이지 국민적 지지 아래 공개적이고 당당하게 편찬을 추진하는 학술단체의 방식은 아니다. 또 특정 정치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지적은 그가 정계에 진출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편찬사업이 추진돼 온 그간의 경과를 볼 때 전혀 설득력이 없다.
언제까지 지록위마(指鹿爲馬)하는 충실한 종복이 되려 하는가. 이제 진정 지켜야 할 보수적 가치가 무엇인지 조중동 기자들은 고민해 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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